일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여성으로서 대기업에서 살아남는 법
안녕하세요. 저는 대기업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여성 직장인입니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크고, 실제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나 복잡한 문제의 방향을 잡는 일을 좋아합니다. 조직에서도 여러 프로젝트를 맡아 성과를 만들어왔고, 지금도 앞으로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급과 책임이 높아질수록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 누구의 조직에 속한 일인지, 누가 의사결정권을 가져가는지가 실제 내용만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저는 전체 사용자 경험을 위해 필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역할과 권한을 정하는 순간에는 제 영역을 다시 증명하고 지켜내야 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특히 여성으로서 대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더 단호하게 제 권한과 성과를 주장하면 ‘세다’, ‘자기 영역을 챙긴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됩니다. 반대로 전체를 위해 양보하고 협업을 우선하면, 제가 만든 방향과 기여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역할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옳은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과 조직 안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 사이에서 자꾸 갈등하게 됩니다. 저는 그동안 “결국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실력만큼이나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선언하고, 필요한 권한을 요구하고, 성과를 보이게 만드는 것도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것이 건강한 자기 주장인지, 조직 정치에 휩쓸리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정과 아이를 돌보면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에서는 개인적인 상황을 핑계로 보이고 싶지 않아 더 철저하게 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남성 동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또 그것이 제가 원하는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조직 밖에서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며 창업 가능성도 시험하고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 계속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제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직접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길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고민됩니다. 다만 창업이 힘든 조직생활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에서 여성 리더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은 전략적으로 내려놓아야 할까요? 좋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을 넘어, 제 역할과 권한을 분명하게 요구해야 할까요? 조직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소모적인 정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리고 계속 조직 안에서 성장할지, 나만의 일을 시작할지 판단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일을 잘하는 사람”에서 “영향력을 가진 리더”로 넘어가는 시기에, 어떤 태도와 전략이 필요한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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